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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귤이 너를 떠나 보내고

gf0425 2024. 12. 1.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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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도에 나를 만나 장장 250,000km를 함께한 랭귤이

딱 한번 상의 탈의 한 날도 있었지 신호대기 중 부끄러움은 비록 나의 몫이지만
그래도 달릴 때만큼은 음향 풀로 가동하고 요란하게 소리 질러~~
서버우퍼가 내 등때기를 마구 쿵쿵 쾅쾅 두들겨 패 주었지
그리고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웃통 벗어던질 일은 없었다

24.11.09

오후 출근길을 나서는데 이웃사촌님께서 지나가다 엔진룸 바닥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걸 보시고 알려주어 확인하니 엔진 어디에선가 누유가 발생한다
급하게 가까운 카센터에 입고시키고 출근했더니 연락이 와서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말을 듣고 랭귤이 센터로 보내라고 한다
하필이면 토요일이라 오후 늦게 퇴근하여 랭귤이를 타고 집 앞에 세워두었다

24.11.13
월급쟁이라 바로 입고시키지도 못하고 노상방치하여 3일 만에 겨우 입고시켰다
주치의 왈
디젤의 핵심인 고압연료펌프가 터져서 엔진 내부에서 새어 나와 밖으로 누유되는 현상으로 타이밍벨트까지 손상이 의심되어 상당한 금액이 들어간다기에 센터에서 매입하여 올수리 후 판매키로 하고 넘겼다

24.11.21
그리고 계속 바쁜 일이 지나고 야근하고 잠이 안 와서 가까운 동사무소를 찾아 매도용 인감증명서를 발급받고 카센터에 갔더니 그때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다
간단한 매도용 인감서류 딸랑 한 장으로 너를 이리 쉽게 보낸다
괜히 슬퍼지더라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대한민국 정부와 의료협과의 마찰로 의료파업사태가 이어져 너까지 언제일지도 모를 날만 지나가기를 대기하고 있으니 괜시리 숙연해진다

24.11.22

명의 이전이 완료되고 몸값도 입금되었다

24.11.25

랭귤이 양도하고 주말이 낑겨 오늘 보험계약해지 신청했다
이미 보내버리고 난 후라 주행거리 미제출로 Eco마일리지도 적용 못하고 잔여 개월수 산정하여 정산받았다

휴일이면 주로 비포장도로에 보트견인까지 하여 4륜 저속기어비로 무수히 많은 곳을 누비고 다니며 너를 힘들게 했었지
그동안 버텨준 것만도 고맙고 감사하고 미안했다
흐르는 세월의 연식에 힘들어도 자주 아파하여도 참고 견디고 나를 위해 헌신했지만 내가 너무 무심했던 것 같아 미안함을 금치 못하겠다
꼭 큰 병치레를 해야지만 그제야 정신 차리고 입고시켜 종합검진을 했지
여태 참아온 너를 이젠 보내주어야 할 때가 되었다
미안하다 너를 보낼 수밖에 없는 나의 현실을 너는 이해해 주겠지
가진 게 없어 더 미안 쏴리!
잘 가서 잘 살아라
이번에 싹 완치하여 좋은 임자 만나길 빌어줄게 안녕 바이바이 행복해야 돼 흐흐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