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꺽다리가 구해 준 고추모종 15 포기를 심어서 그저 살아나면 다행이고 죽어도 그만인 생각으로 방치한 채로 내버려 두었더니
한동안은 병해 없이 잘 자라서 고추를 따다가 조카네도 한가득씩 몇 번을 갖다주고 나는 매끼마다 된장에 푹 찍어 잘 먹고 있었다
어느 때부턴가 비가 오고 습도가 높아지면서 노린재벌레가 판을 치기 시작하고
조그마한 것들이 어느새 자라서 떼거지로 세를 확장하고 줄기에 매달려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일만 원짜리 약 한 번치면 된다는데 그 마저도 귀차니즘과 게으름으로 자연주의 무공해라는 거창한 슬로건을 내세우며 기냥 따 먹고 있다
그 아래에는 개구리가 떡하니 자리 잡고 고단백 영양식을 노리고 있다
원래 노린재가 뿡뿡이 방귀대장으로 냄새를 풍겨서 폭탄 방귀벌레로도 불린다는데 순식간에 낼름 삼켜버리니 방귀 뀔 여가도 없이 뱃속으로 들어가서 일용할 양식으로 멀리 갈 것 없이 근처에 머물며 지 배때지를 채우고 있다
다 살아가는 방식은 가지고 태어난다는데 딱 그짝이다
이제껏 실컷 따 먹었어니 이젠 질릴 때도 되었고 그만 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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