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4.10
내가 자주 가는 퇴강리(물미) 동네에서 소일거리를 많이 받아서 일하곤 하는데 뒷집 감나무에서 가을철이면 옥상 지붕에 감과 잎이 떨어져서 물받이가 막히고 특히 감이 떨어지는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신다고 뒷집과 상의 후 가지를 쳐 달라고 지난겨울부터 어른께서 나를 볼 때마다 노래를 부르셨다
시골은 거의 대부분이 연로하신 노인들만 혼자 사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그래서 추위가 지나가고 날 풀리는 따뜻한 봄날에 해결해 드리겠다고 약속드린 것이 지금에야 찾아뵙다
오늘 할 일은 뒷집의 감나무로 가지치기할 세 그루 나무
한그루는 이미 죽은 있어 나무가 바짝 말라서 톱질하기는 생나무에 비해 몇 배는 힘들다
생나무는 두 그루로 총 세 그루만 담 넘어 지붕 위로 뻗은 가지들을 제거해 주면 일이 끝난다
총 3그루의 감나무 중 죽은 나무는 밑둥치를 빙 돌아가며 거죽을 홀라당 벗겨 놓아서 수분이 차단되어 고사했고 나머지 두 그루는 이제 싹이 막 트기 시작했다
옛날 선조들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구전에 따르면
감나무에서 떨어지면 약도 없다고 전한다
이런 일은 잘해도 본전 못해도 본전이 아니고 잘해도 손해 볼 수가 있다는 말씀 못하면 크나큰 낭패를 당할 것이다
즉 그만큼 가지가 약하고 잘 부러져서 낙상사고가 잦았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엔진톱은 가지 위에서 균형 때문에 안전상 대형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힘들지만 가볍고 안전한 손톱을 사용하기로 했다
여차하면 놓아 버리면 되니까
그래서 난 마음 단디 먹고 사다리를 걸쳐놓고 올라가서 한 손은 굵은 가지를 꼭 잡은 채로 손을 최대한 멀리 뻗어가며 가지들을 짧게 잘라서 혹시 모를 지붕 손상을 줄이고자 노력하면서 가지를 쳐냈다
하지만 어는 정도 손톱으로 자르다 보니 곧 한계에 부딪쳤다 거리가 먼 가지들과 굵은 가지를 가까이서 자른다면 지붕에 크나큰 충격을 입힐 수도 있어서 잠정중단하고 오늘은 철수하기로 결정짓고 다음에 장비를 보강하여 오기로 말씀드렸더니
추가로 이번엔 뒷집 주인집 어른이 마당 입구에 위치한 감나무를 크고 높다고 윗동아리를 자르라고 요구하셔서 원하시는 만큼 시원하게 잘라 드리고
집 뒤편에 떨어진 나뭇가지들도 잘라서 한 군데로 대충 모아 놓고 일을 마쳤다
오는 길에 잠시 갓길에 주차하고 고지톱을 검색하여
그중에 4단 봉으로 펼쳐서 총길이가 5M로 최대 7M까지 작업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옵션을 선택해서 주문을 넣었다
고지톱 세트에 택배비 포함(₩65,700)을 바로 결제
23.04.15
봄이오니 더 돈 되는 일감이 지금 막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다 물리치고 약속한 일은 반드시 지켜야 앞으로 상도의 길을 제대로 나아갈 수 있고 또한 신용이 곧 재산이라 했다
약속대로 오늘 마저 일을 끝내려 다시 현장을 찾았다
어린 나뭇잎이 저번보다 많이 자랐다
고지톱이 있으니 사다리를 걸치고 올라가 훨씬 수월하게 멀리 있는 가지들을 안전하게 토막 내어 지붕도 보호할 수가 있었다
어지간히 자르고 어른의 직접 확인을 거쳐 세 그루의 가지치기를 끝냈다
아무래도 손톱보다는 길고 거리가 멀어서 톱질이 몇 배는 힘들다
추가로 부탁하신 또 한 그루의 감나무도 원하시는 대로 베어 드렸다
집 뒤안에 떨어진 가지들을 정리해 주겠다는데 굳이 극구 말리셔서 잔가지만 톱으로 잘라주고 어른 소일거리 몫으로 남겨 두었다
나무가 마르면 그때 가서 불 때서 없애신단다
추가 요청으로 총 다섯 그루를 감나무 가지들을 쳐주었다
어르신의 묵은 근심거리를 말끔히 해결해 드리니 엄청 좋아하시고 기뻐하셨다
경비를 물으시는데 한 10만원 하면 됩니까? 물었더니 고생했는데 너무 적다며 더 받으라 해서 그럼 오만 원만 더 주세요 했더니 그래도 적다며 오만원을 기어이 더 얹어 주신다
마지못하고 고맙게 일당 20만원을 받았다
오늘의 가지치기 수훈장은 삼국지의 관우가 사용하던 청룡 언월도도 아니요 내가 구입한 은장 언월도인 고지톱이 제일 큰 몫을 해주었다
오늘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노심초사 걱정 했는데 다행히도 오전에 일을 마치고 나서 비가 내려 천만다행으로 일을 잘 끝냈다
다음에 갈 때 커피라도 한 박스 사들고 찾아뵈야겠다
알고 보니 뒷집은 초등시절 함창성당에서 첫 영성체 받을 때 같이 합숙한 3년 선배님의 집 나무고 의뢰하신 앞집은 우리 동네가 친정집이다
더욱이 연세가 많으셔서 꼬깃꼬깃 여기저기서 자식들이 주는 용돈과 나물을 캐서 시장에 내다 판 돈을 모아서 한 번씩 찾아오는 손주들 용돈 주려고 꼬챙이 깊숙이 넣어둔 쌈짓돈을 빼오기가 여간 송구스럽고 또한 이래저래 지인에 관련이 있으니 아는 곳이라 모든 일이 조심스러웠는데 잘 해결되었다
아! 반복적인 톱질을 해서 그런지 양 어깨 날개쭉지와 팔뚝 근육들이 뻐근하다 그래도 일처리를 말끔히 해드려서 내 기분도 좋다
사용된 장비들
고급 손톱 1개
고지톱 1개
사다리 1대
신체 건강한 남성 1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