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0.09
가을은 추수의 계절로 요즘 한창 산마다 어딜 가나 외지인들이 들이닥쳐 바닥에 떨어진 도토리를 줍는다고 야단법석이다
다람쥐들 양식은 조금 남겨 놓아야 겨울을 날 텐데 씨를 말리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산주 동의 없이 임산물 불법채취 시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단순 차량 통행을 포함하여 임산물 채취를 위해 입산 통제구역 출입 시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불법 채취로 적발된 임산물은 모두 압수된다고 한다
꺽다리가 웃갈미 양씨네 문중산에서 도토리를 틈나는 대로 약 7kg을 주워 모았다
오늘 늙은 호박을 따서 친구가 운영하는 건강원에 즙 내려 먹을라고 갖다 주러 나가는 길에 경북 문경시 불정길 6-8에 자리한 도토리 방앗간에도 들렸다
이전에도 한번 주워서 전분으로 바꿔치기했다고 한다
늘상 지나는 길에서 내려다본 건물이었는데 도토리 방앗간 일 줄은 미처 몰랐는데 오늘에야 알게 되었다
소문이 나서 그런지 자가용이 없다면 올 수 없는 외진 곳인데도 불구하고 어찌 알고 오셨는지 사람들이 줄을 이어설 정도로 도토리가 마당에 놓여있고 주인장 가족들은 손님 상대하랴 방앗간 운전하랴 몹시 바쁜 듯 정신없이 일하고 계신다
도토리는 장기보관이 어려워 조금만 방치해도 벌레 먹거나 썩는 게 허다하여 그나마 물속에 담가 놓아야 좀 더 연장할 수 있다 그래서 전분이나 분말가루로 가공하여 냉동고에 보관을 한다
필요한 그때마다 꺼내어 가정에서 간편하게 묵 쑤어 먹을 수 있어 일련의 과정들을 집에서 다 한다면 시간투자에 노력과 정성이 들어가야 비로소 맛을 볼 수 있는 음식인데 이렇게 전분으로 가져오면 간편하게 집에서 해 먹을 수 있어 좋다
여기 방앗간은 전량 인터넷 통신판매 형식으로 판매하거나 현장에서 바로 판매도 한다
또한 매입은 일절 하지 않고 가져온 도토리 양에 따라 전분이나 분말로 차등 교환해 준다
도토리 10kg을 가져가면 분쇄 가공해 놓은 전분 3kg으로 바뀌서 내주며 킬로당 4,000원의 수공비를 받는다
한참을 기다리다 주인장이 나와서 온 순서대로 저울로 무게를 재고 노트에 기입하고 또 기다리는데 오늘 가공한 전분 재고가 다 나가 버리고 기타 가공품도 동나고 없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다음을 기약하며 도토리를 가지고 뒤돌아 나왔다
메뚜기도 오뉴월이 한철이라 하지 않나 도토리는 지금이 딱 그 시기이다
우짰든 독거노인 홀애비가 묵을 쑤어 줄리는 만무하고 어디 요리로 방귀 좀 뀐다는 여사친을 만나야 할 텐데 글쎄 능력 없는 나도 그림의 떡은 아닐까? ㅎㅎㅎ
우스갯소리로
예전에 싸이월드에서 도토리 하나에 100원을 했어니 그 시대는 그나마 부가세는 없었던 모양이다
요즘 같은 가을 수확철에 흔한 도토리를 토실토실한 놈으로 골라서 준다고 해도 무진장 쏠 텐데 과연 현물로도 받아줄까 몰라ㅋㅋㅋ
그러면 도토리 잔뜩 주워로 우리 산에 달려갈 건데
시대가 변해버려서 이젠 별풍선 시대로 바뀌어 버렸다
아프리카 TV에서 시세로 따지면 별풍선 1개 가격이 이전의 도토리 가격과 같지만 부가세가 포함된 110원 한다는 게 다를 뿐이고 통화가치는 인플레이션으로 그때와 비교하면 많이 떨어진 셈이다
그래봐야 시대에 따른 도토리 키 재기에 불과할 따름이다
23.10.18
저녁 꺽다리네서 친척에게 얻어온 핀 송이를 찢어서 향긋한 송이향을 맡으며 소금장에 소주 두 병을 까고 농사지어 말린 땅콩과 직접 전분으로 쑨 도토리묵도 한 봉지 얻어서 돌아왔다
23.10.19
반모 썰어먹다가 간땡이처럼 땡글한 나머지도 아침대신 깍두기로 썰어 먹었다